-
시인 박소연씨 이야기일상의 예술가들 2018. 5. 14. 17:35
5월의 싱그러운 햇빛과 이따금 들려오는 새들의 지저귐을 ‘모닝콜’ 삼아 눈을 뜬다. 평화로운 어느 주말. 소연씨의 하루는 팔순 어머니를 깨우며 시작된다. 어렵사리 몸을 일으켜 간밤 어머니의 잠자리를 확인하고 자원봉사자들이 가져다준 음식들로 식사를 준비 한다.
어머니의 목에는 ‘김포시 마곡면 다세대 주택 3동 101호’라고 적힌 목걸이가 걸려 있다. 소연씨 몰래 집을 나섰다가 엉뚱한 길로 들어서는 일이 많아져 준비한 것이다. 최근 들어 급격히 나빠진 어머니의 치매 증세는 소연씨의 큰 걱정거리이다. 지난날의 아픔을 잊으려는 듯, 노모는 날마다 조금씩 어린아이가 되어간다.
36년이라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소연씨가 10살짜리 소녀였을 때의 이야기이다. 불청객은 예고 없이 찾아와 한 여자아이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우연한 사고로 소아마비 2급 지체 장애 판정을 받은 소연씨에게 일상은 사치가 되었다. 멀쩡한 정신과는 다르게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 세상은 그녀가 할 수 없는 일로만 가득 채워졌다. 노모의 치매 증세로 119에 전화를 할 때면, 오히려 소연씨가 환자로 오해받는 일도 많았다. 그런 소연씨를 더욱 힘들게 한 것은 고독이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인생의 굴레에서 그녀는 언제나 혼자였다. 찾아오는 이, 말을 걸어주는 이, 하나 없는 적막만이 가득한 하루. 소연씨는 매일같이 외로움과 싸워야 했다.
그녀에게 유일한 쉼은 ‘시’를 쓰는 것이었다. 현실에서는 벗어날 수 없는 육체라는 족쇄에서 비로소 자유로울 수 있는 곳. 소연씨는 자신이 만들어낸 언어의 세계에서 무엇이든 될 수 있었고,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10년 전, 소연 씨는 김포 문인 협회에 가입했다. 그녀의 재능을 알아본 복지사의 추천 덕이었다. 소연씨의 마음 속에 갇혀 있던 상처들이 시의 형태로 터져 나와 사람들을 감동시키기 시작했다.
“가끔 제 시가 큰 위로가 된다며 찾아오시는 분들이 있어요. 참 이상해요. 제 외로움을 담아낸 문장들이 누군가에게 힘이 된다니…” 어느 날 갑자기 날아든 ‘시’라는 반가운 손님은 소연씨에게 친구들을 만들어 주었고, 매일 매일을 살아갈 힘이 되어주었다.
“한국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고 싶어요.” 자신의 첫 시집을 소개하던 소연씨의 눈이 반짝인다. 시인답게 작품으로 인정받고 싶다는 소연씨. ‘새’라는 그녀의 시집 제목처럼 소연씨의 인생의 2막 역시 새처럼 마음껏 자유를 만끽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일상의 예술가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음악과 미술의 만남 (0) 2018.05.20